
2026년 9월 18일, 러시아 국방부는 대형 헥사콥터 ‘망가스(Mangas)’에 관한 자료를 공개했다. 영상에는 러시아군 북부집단군 ‘세베르(Sever)’ 소속 제11군단 예하 부대가 망가스를 실전에서 운용하는 모습이 담겼다. InformNapalm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가 공식 자료를 통해 망가스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출처정보(OSINT)를 심층 분석한 결과, 망가스는 러시아 국방부의 공식 채널에 소개되기 약 1년 전부터 러시아의 친전쟁 성향 Z 채널에 등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바바 야가’에 대응하는 러시아 드론
InformNapalm은 러시아 부랴티야에서 시작된 망가스의 생산 과정부터 칭기스 담비예프(Chingis Dambijev)가 모스크바에 설립한 기업에 이르기까지 개발과 생산에 관여한 인물 및 조직을 추적했다. 조사 범위에는 담비예프가 등록한 실용신안과 지상 로봇 체계 NRTK ‘쿠리예르(Kurier)’ 개발진과의 연관성도 포함됐다.
2026년 9월 18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망가스의 전투 운용 영상 장면. (보관된 자료)
러시아 측이 ‘바바 야가(Baba Jaga)’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의 대형 멀티로터 드론은 전쟁 기간 러시아군에 대응하기 어려운 위협으로 부상했다. 러시아 군사 분야 필자들은 이 유형의 무인항공기 개발에서 러시아가 뒤처져 있다는 점을 거듭 비판해 왔다. 대규모로 운용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뱀파이어(Vampire)’에 대응하는 자체 기종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망가스는 바로 이러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발된 기체다. 공격과 군수지원 임무에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형 대형 헥사콥터로, 러시아 국방부의 공식 발표 자료에 등장하기 전부터 러시아 Z 채널에서는 바바 야가에 대응하는 러시아산 기종으로 소개됐다.
‘망가스’라는 이름은 부랴트족과 몽골의 신화에서 유래했다. 이 신화에서 망가스는 서사시의 영웅과 대립하는 악마적 존재다. 러시아어권 자료에서는 망가스를 흔히 악령이나 악마로 단순하게 풀이한다. 2026년 초 칭기스 담비예프는 망가스가 500회가 넘는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공격과 군수지원 임무가 모두 포함됐다. 다만 이 주장은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비교하자면, 당시 우크라이나의 뱀파이어 드론은 이미 250만 회가 넘는 전투 임무를 수행한 상태였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면, 담비예프가 주장한 ‘500회 이상’이라는 수치는 망가스가 당시 실전 운용의 초기 단계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대형 헥사콥터 망가스. 보리스 로진(Boris Rozhin)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Colonelcassad에 게시된 사진.
러시아 국방부가 망가스를 공식적으로 소개한 것은 이 기체가 러시아군의 대형 멀티로터 드론 분야에서 더욱 주목받는 후보로 부상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망가스는 오랫동안 지적돼 온 러시아군의 전력 부족을 일부 보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이 체계를 대규모로 도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공개자료는 아직 없다.
부랴티야에서 시작된 개발과 실전 운용
InformNapalm은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망가스의 개발 및 생산 과정을 추적했으며, 그 기록은 2025년 9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바이칼 전술그룹과 NRTK 쿠리예르 개발진은 부랴티야에서 대형 헥사콥터 생산을 시작했다. 생산 목적은 러시아군 동부집단군 ‘보스토크(Vostok)’에 기체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친전쟁 블로거 보리스 로진과 칭기스 담비예프도 각자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 사업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망가스의 최초 언론 보도는 2025년 9월 21일 자다. 당시 보도에서부터 망가스 개발사업과 NRTK 쿠리예르 개발진의 연관성이 언급됐다. (보관된 자료)
개발 및 시험 중인 망가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자료에는 여러 대의 기체와 투하장치, TM-62 대전차지뢰 모형을 탑재한 시험비행 장면이 등장했다. 다만 개발 자체는 이보다 일찍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2025년 5월 29일, 러시아 부총리 유리 트루트네프(Yuri Trutnev)는 부랴티야에서 대형 정찰용 드론의 성능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망가스의 생산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보관된 자료)
러시아 전쟁 블로거에서 드론 제조업체 대표가 된 칭기스 담비예프
2026년 1월 22일, 러시아의 유한책임회사 OOO ‘Mangas’가 모스크바에 등록됐다. 회사의 납세자식별번호(INN)는 9727124693, 국가법인등록번호(OGRN)는 1267700013294다. 칭기스 치레노비치 담비예프(Chingis Tsirenovitj Dambijev)가 유일한 설립자이자 대표이사로 등재됐다. 주요 사업 분야는 무인항공기 체계 제조로 등록돼 있다.
러시아 기업등록부에 기재된 OOO Mangas의 정보. 칭기스 담비예프가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단독 소유주로 등록돼 있다. (보관된 자료)
이 회사는 드론의 존재가 대중에 알려진 뒤에야 설립됐다. 설립 당시 등록자본금은 1만 루블이었다. 그러나 이후 갱신된 기업등록 자료에는 자본금이 101만 루블로 기재돼 있다. 정확히 100만 루블이 증가한 것이다. 공개자료만으로는 자본금 증액 시점이나 자금의 출처, 증액의 경제적 목적을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자본금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국가 자금이 투입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회사 설립 이틀 뒤인 1월 24일, 담비예프는 실용신안 출원번호 RU2026101839U를 제출했다. 해당 출원은 3월 24일 승인돼 실용신안 RU242404U1로 공개됐다. 실용신안은 기술적 고안에 부여되는 지식재산권 보호 제도다. RU242404U1은 배터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장착할 수 있는 범용 시스템을 갖춘 헥사콥터에 관한 것이다. 담비예프가 발명자이자 최초 권리자로 기재돼 있다. (보관된 자료)
왼쪽은 실용신안 RU242404U1의 설명서에서 발췌한 자료, 오른쪽은 헥사콥터 망가스.
실용신안 설명서에는 투하장치를 갖춘 전기 구동식 6로터 드론이 제시돼 있다. 핵심 기술은 크기가 서로 다른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이다. 가장 유사한 기존 기술로는 DJI Matrice 300 RTK가 명시돼 있다. 다만 문서에는 모터와 제어장치, 자동비행장치, 기타 전자부품의 출처가 기재돼 있지 않다.
망가스와 쿠리예르 개발진의 연관성
기업등록 자료에서는 두 회사의 소재지와 관련된 연결고리도 확인된다. OOO Mangas의 등록 주소는 모스크바 크르지자놉스코고 거리(ul. Krzjizjanovskogo) 20/30, 2동, 11P호다. OOO NRTK KAPS는 같은 건물의 5P호에 등록돼 있다. 조릭토 곰보자포프(Zorikto Gombozhapov)는 NRTK KAPS의 대표이사이자 단독 소유주다.
OOO NRTK KAPS의 법인등록 자료. 조릭토 곰보자포프가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단독 소유주로 기재돼 있다. (보관된 자료)
두 회사가 같은 건물에 등록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동 생산시설을 운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주소상의 연관성은 이미 공개자료에서 확인되는 두 회사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추가 정황이다. 망가스 생산은 쿠리예르 개발진과 함께 시작됐다. 텔레그램 채널 @stormdron도 현재 자신을 두 체계의 개발진이 운영하는 채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보관된 자료)
따라서 공개자료를 통해 일련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부랴티야에서 망가스 생산이 시작될 당시 쿠리예르 개발진이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다. 이후 이 관계는 담비예프와 OOO Mangas, 그의 실용신안 등록을 거쳐 러시아 국방부가 해당 체계를 공식적으로 소개한 단계까지 이어진다.
2026년 8월 몽골 오르혼주에서 실시된 러시아·몽골 합동 군사훈련 ‘셀렝가 2026(Selenga 2026)’에 참가한 헥사콥터 망가스. 사진 출처는 망가스 개발진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중국산 부품과 관련된 단서
망가스에 어떤 부품이 사용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InformNapalm은 지금까지 망가스의 직접적인 원형으로 판단할 만큼 충분한 근거가 확보된 중국산 기종을 확인하지 못했다.
반면 OOO NRTK KAPS와 관련해서는 훨씬 명확한 문서상의 흔적이 남아 있다. 수십 건의 적합성 선언서에는 중국산 전자장비가 기재돼 있으며, 이는 NRTK 쿠리예르와 관련된 부품을 추적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한다. 다만 선언서만으로 실제 수입이나 해당 부품의 쿠리예르 장착 여부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쿠리예르는 망가스와 동일한 기술적·조직적 환경에서 앞서 개발된 제품이다.
지상 로봇 체계 NRTK 쿠리예르. 사진 출처는 NRTK 쿠리예르와 망가스 개발진이 운영하는 공식 텔레그램 채널.
후속 조사인 2편에서는 NRTK 쿠리예르와 관련된 문서를 추적해 조릭토 곰보자포프와 NRTK KAPS에서 중국 공급업체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살펴본다. 이 과정에는 일부 부품의 실제 제조업체로 확인된 기업들도 포함된다.
이 자료는 안드리 리시친(Andrij Lisitsyn)과 로만 부르코(Roman Burko)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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